中 첫 3연임 국가주석 오른 시진핑 '1인 천하 시대'
만장일치 선출로 5년 더 집권
新중국 건국후 첫 3연임 기록
부주석 선거도 반대표 '제로'
美압박 당장 풀어야할 과제로
대만갈등 문제까지 '첩첩산중'
경제 살려 장기집권 명분 확보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수를 받고 있다. 이날 전인대 대표 2952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투표에서 시 주석은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출돼 3연임을 확정 지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신중국 건국 이후 첫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하면서 '시진핑 1인 천하' 시대가 막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 권력의 정점인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되며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이날 국가주석 자리마저 손에 넣으면서 당과 국가, 군에 걸쳐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됐다. 마오쩌둥 사후 전례가 없었던 독보적 '1인 장기 집권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이미 당과 군을 장악했던 시 주석에게 이날 전인대에서 이뤄진 국가주석 선거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후보도 시 주석 한 명이었다.
결과가 정해져 있던 만큼 관심은 시 주석의 3연임에 반대표가 나올지에 쏠렸다. 결과는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전인대 대표 295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나 기권표는 없었다. 시 주석은 이어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선거에서도 만장일치 찬성으로 선출됐다.
시 주석이 처음 국가주석에 올랐던 2013년 표결에서는 반대 1표, 기권 3표가 나왔다. 하지만 2018년 2연임 당시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받은 데 이어 이번 3연임에도 반대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굳건한 절대권력자의 위상을 과시했다.
시 주석의 절대적 영향력은 국가부주석 선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정 국가부주석 선출 투표에서도 반대표나 기권표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시진핑 1기 당시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반대 80표와 기권 37표를, 2기 때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반대 1표와 기권 0표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국가부주석이 모두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된 것은 시자쥔(시진핑 측근 그룹) 외에 다른 정치적 계파는 사실상 몰락했으며, 이제 중국에서 시 주석에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표결이 끝난 후 시 주석은 주먹 쥔 오른손을 들고, 왼손은 붉은색 헌법 책자 위에 올린 채 취임 선서를 했다.
시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하고, 헌법의 권위를 수호하고, 법이 정한 책임을 이행하고, 조국과 인민에게 충성하고, 맡은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청렴결백하게 공무를 집행하고, 인민의 감독을 받아들이고, 부강하고 민주적이고 문명적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분투할 것"이라고 선서했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장기 집권에 시동을 건 시 주석은 향후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굳히는 데 더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공산당 권한이 더 커지고 정부 기능은 축소되는 '당강정약(黨强政弱)'이다.
문화대혁명(1966∼1976)을 계기로 권력 집중의 폐해를 경험한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개시 이후 구축한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당은 정부 주요 직위 인사와 감독 권한을 가지고,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수립 및 실행은 국무원(정부)이 하는 당정 분리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들어 다시 권력을 공산당으로 집중시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무원 과학기술부를 지휘할 당 중앙 산하 중앙과학기술위원회 창설이 예고된 가운데 금융·치안 분야 등에서도 당이 모든 권한을 갖는 조직이 신설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 주석이 절대권력 구축에 성공했지만 향후 시진핑 3기 시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경제다. 시 주석은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 등으로 활력을 잃어버린 중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돌려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작년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나타나는 등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도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중국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인 '값싼 노동력'이 사라지면 중국 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셰마오쑹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에게 향후 5년은 기술 자립 목표를 달성하는 가운데 경제 쇠퇴를 막고 경제를 성장 궤도로 돌려놓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갈등도 시진핑 시대 3기의 최대 걸림돌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정찰풍선 사태 등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등 중국을 향해 제재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앨프리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시 주석의 핵심 유산인 중국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시 주석은 이미 모든 지도부를 자신의 충성파로 구성하고, 많은 권력을 독차지했다"면서 "이제는 그 자신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